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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STARFUCKER: Reptilians (2011)


Synth-pop과 인디 일렉트로니카의 홍수가 계속 되고 있던 2009년에 슬그머니 발매되었던 미국 오리건 주 출신의 4인조 STARFUCKER의 데뷔 앨범은 미국 내 음악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들의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 실력은 분명 현재 활동중인 인디 일렉트로니카 그룹 중 탑 10 안에 들 정도로 듣는 이들에게 최면을 거는 어떤 특별한 비법을 알고는 있는 친구들이기에, 이번 두번째 앨범을 과연 어떤 식으로 만들었는지 개인적으로 은근히 기대가 되는 바가 있었다.

보컬리스트이자 밴드 리더 Joshua Hodges의 축축하고 쓸쓸한 슈게이져 스타일의 보컬은 정말 중독성이 느껴질 정도로 멋지다. 어쩌면  STARFUCKER의 음악을 정의하는데 절반 이상의 존재감을 부여할 정도인데, 그래선지 메인 보컬을 모든 배킹 싸운드의 레이어 위에 상당히 두껍게 깔아 놓았다. Roots rock 스타일의 어쿠스틱 기타 배킹 위에 슈게이징-드림팝 스타일로 이펙터 입혀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보컬 하모니가 인상적인 'Born',  달콤한 솜사탕을 살살 녹여 먹으며 팀 버튼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즐거움을 주는 'hungry ghost' 등 훌륭한 멜로디로 감성을 자극하는 보석같은 트랙들이 이 앨범에 다수 실려 있다.

그러나, 이 앨범에는 시종일관 두드려대는 무그 톤 키보드와 드럼 머신의 향연 사이로 파고 드는 무언가 그 이상의 미학이 없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다. 훌륭한 보컬의 감수성을 좀 더 멋지게 치장할 수 있는 어떤 새로운 음색과 샘플링을 추가해볼만한 여지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이 두 가지 악기 수단에만 과도한 집착을 했기 때문에 인공적이고 기계적인 느낌이 전작보다 배가되었고 쿼텟이 아닌 원맨 밴드의 앨범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음원의 레이어도 빈약해졌다.

지적으로 탐구하는 일렉트로니카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는 않으나, 포근하고 부드럽고 몽환적인 보컬류를 좋아하는 슈게이징 팝 매니어들에게는 한번 들어보라고 권하고는 싶다. 뭐, 개인적으로는 세 곡 정도 아이팟 플레이 리스트에 입력 시켰다.

RATING: 70/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