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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THE STROKES: Angles (2011)


가장 뉴요커적인 음악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받아온 슈퍼 밴드 THE STROKES. 그들의 전작2번째 앨범 [First Impressions Of Earth (2006)]는 아쉽게도 엄청난 대히트 앨범 [Is This It (2001)]의 음악적 성과에 여러모로 미치지 못하는 평범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남겼고, 이러한 '음악적 실패' 에 상처를 받았는지 이들은 한 차례의 월드 투어를 마치고 잠정적인 활동 중단 상태에 돌입했다. 이후 멤버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개인 활동에만 몰두해왔고, 깊숙한 잠수기간동안 온갖 루머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드디어 2009년 말 새 앨범 녹음 작업에 대한 소식이 LA에서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난 3월 전세계의 수많은 음악 팬들과 미디어의 비상한 관심 속에서 대망의 4집3집 앨범 [Angles]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간만의 새 앨범인데 달랑 10곡에 러닝 타임은 34분?'

나름 2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하는 5년만의 컴백 앨범 치고는 꽤 빈약한 포션이지만, 그보다 더 재앙인 것은 전작바로 대표적 써퍼모어 징크스로 회자되는 [First Impressions Of Earth]보다도 한 두 걸음 더 퇴보된 '앨범의 음악적 퀄리티'다.

THE STROKES팬의 5년간의 기다림에 깔끔하게 화답하는 2번째 트랙 "Under Cover of Darkness"는 예전 [Is This It]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나머지 트랙에서는 THE STROKES의 명성에 걸맞는 독보적 특징들이 '게 눈 감추듯' 싹 사라져버렸다. 록밴드로써의 뚜렷한 목표 의식마저 5년의 공백기 동안 잃어 버린 것일까. 성의가 너무 없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연주 뮤지션으로써 멤버들 각자의 연주 기량이 음악 안에서 전혀 자신있게 표현되지 않고 있으며, 예전 자신들의 전매특허 중 하나였던 싱코페이션 리듬처럼 통통 튀는 리듬감과 음악적 카리스마 역시 밋밋하고 산만한 앨범 어레인징과 프로듀싱 탓(실제로 [Angles] 녹음 과정에서 프로듀싱 방법을 두고 멤버간에 충돌이 있었던 데다 기타리스트 앨버트 해먼드 주니어의 약물문제까지 겹치면서 엉망이 되어버됨)에 이번 앨범에서 상당히 희미해져 있다. '마치 MODEST MOUSE나 FRANZ FERDINAND의 연습 데모 앨범을 듣는 듯하다' 라고 한다면 그건 단지 나만의 착각일까. 

THE STROKES는 그들의 싸이드 취향이었던 80년대 신쓰팝(synth-pop)이나 언더그라운드 뉴웨이브를 여느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앨범에 투영시켜 보지만 (80년대 미국 파워팝 밴드 분위기를 자기식으로 흉내 내어 본 "Gratisfaction"의 실험적 어프로치는 그나마 나쁘지 않다), 70년대 한물간 유럽 가라지 프로그레시브 신씨사이저 팝을 듣는 듯한 "Games""Call Me Back"의 느슨하게 왔다갔다하는 곡 전개는 밴드 특유의 타이트한 느낌을 확 죽여버리고 있으며,  9번째 곡 "Metabolism"에서는 브룩클린 아마추어 가라지 밴드들이 지하실에서 4트랙 리코더로 대충 후려쳐 녹음한 연습곡처럼 실망스러운 연주-편곡 실력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JOY DIVISION과 DURAN DURAN 사이의 경계선은 모호하면서도 가장 뚜렷하다. THE STROKES의 음악이 앞으로 어느 방향에서 어떤 형태로 계속 나아갈지 확실히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젊음의 록 스피릿을 가장 세련되고 거침없이 분출했던 그들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DURAN DURAN의 화려한 로커 비주얼보다는 JOY DIVISION의 외골수 음악정신을 THE STROKES로부터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어할 것이다. 뭐, 예전에도 딱히 전형적인 포스트 펑크 음악을 하진 않았었지만, 아무튼 이런 식의 물컹한 매터리얼을 THE STROKES같은 거물들에게서 듣는다는 건 언제나 당황스러운 일이다. 

RATING: 55/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