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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BRAIDS: Native Speaker (2011)


현재 퀘벡 몬트리올에서 활동 중인 캐나다 캘거리 출신의 4인조 아트록 밴드 BRAIDS가 2008년 셀프 릴리즈 EP 앨범 [Set Pieces] 에서 보여주었던 예사롭지 않은 '순수 아방가르드의 팝음악화' 시도는 자기 자본으로 만든 저예산 앨범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세계 인디 록 매니어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올해 뉴욕 브룩클린에 위치한 인디 레이블 Kanine Records를 통해 자신의 첫번째 정규 앨범 [Native Speaker]를 드디어 발매하면서 메인스트림 (물론 인디계에서도 '주류'가 있다) 씬으로 자연스럽게 궤도 수정에 성공한다.  

[Native Speaker] 는 의도되는 않은 조악한 녹음 수준을 보여줬던 지난 앨범의 음향 퀄리티에서 벗어나 좀 더 나은 스튜디오 환경에서 확실하고 세련된 톤으로 악기 사운드를 채집해냈다. 하지만 지난 EP 앨범에서 유난히 두드러졌던 노이즈에 대한 관심은 이번 앨범에서도 drone 사운드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그로테스크한 뒷맛을 남기며 환각적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키보드-기타-타악기의 추상적 drone noise와 비트의 루핑 모티브는 거칠거나 무겁지 않고 상당히 나른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성적 노이즈의 형태로 거듭나는데, 마치 달콤한 백일몽과 같은 Stephan Mathieu의 전자 노이즈 콘체르토, 음산한 악몽과 같은 STARS OF THE LID트윈 픽스적 드론 음악, 이국적인 Philip Glass의 포스트모더니즘 오케스트라 서사시 등을 싸이키델릭과 아방가르드가 교차하는 접점에서 한데 믹스한 듯 추상적이고도 다중인격적인 음악 색채들을 앨범 안에서 완벽하게 통합시켜냈다.

Steve Reich를 연상시키는 카라멜 톤의 키보드 드론 음색으로 시작하는  [Native Speaker]의 두번째 트랙 'plath heart'는 다양한 악기들의 몽환적인 톤을 배경으로 Sylvia Plath의 염세적 시를 낭독하듯 조울적이면서도 괴팍하게 오르내리는 리드 싱어 Raphaelle Standell-Preston의 감정 기복 표현력이 인상적이며, 3번 트랙 'glass deers' 는 깨끗하고 맑게 정돈이 된 인스트루멘탈 레이어들의 looping과 Standell-Preston의 드라마틱한 목소리가 혼연일치되어 이국적인 명상 (혹은 최면) 음악을 듣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유일한 흠이라면
역시 Standell-Preston싱어로써의 아이덴티티 문제인데, 데뷔 EP 앨범 발매때부터 얘기되어져 온 'BJORK 워너비' 의 껍질을 이번 앨범에서도 아직 벗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이 점은 근래 등장한 상당수의 다른 여성 뮤지션들에게도 보여지는 문제(21세기 최고의 여성 뮤지션이라고 칭송받기도 하는 Joanna Newsom 마저도 이 'BJORK'의 아우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 치명적인 결점이라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4번째 트랙이자 앨범 타이틀 곡 'native speaker' 에서처럼 SUGARCUBES 시절이나 'hyperballad' 에서 목청을 타고 온몸을 공명하듯 터져나오는 BJORK의 창법을 굳이 따라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드라마틱한 Standell-Preston의 목소리나 오케스트라를 방불케하는 밴드의 다채로운 실험적 톤들은 BRAIDS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매력적이고 독창적으로 포장하기에 충분하다. 

RATING: 80/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