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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YUCK: Yuck (2011)


5년전 CAJUN DANCE PARTY라는 밴드가 있었다. 이들은 ARCTIC MONKEY, THE KOOKS 스타일을 빼닮은 전형적인 영국 댄스 네오펑크 음악을 선보이며 따끈한 주목을 받았지만 단 한 장의 앨범을 내고 돌연 종적을 감춰버렸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1년, CAJUN DANCE PARTY의 멤버였던 다니 블룸버그와 막스 블룸은 YUCK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밴드를 조직하여 예전의 음악과는 다소 다른 형태의 록 싸운드를 들고 대중들 앞에 다시 나타났다.

YUCK의 연주력은 전체적으로 크게 내세울 것은 없다. CAJUN DANCE PARTY 시절 베이스를 담당했던 막스 블룸은 YUCK에서 리드 기타, 그리고 보컬 다니 블룸버그는 리듬기타를 겸직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주종목이 아닌 파트에 손을 대서인지 이 앨범에서 제대로된 기타 솔로 프레이즈는 의도적으로 완전하게 기피되고 있다. 거의 피드백과 디스토션으로 거칠게 치장된 후리기 코드웍으로만 도배되었다고나 할까(단, 인디 삘 다분한 기타 튜닝과 이펙터 사용법만은 분명 테크닉적으로 눈여겨 볼 만한 센스들을 갖췄다)? 하지만 이들은 엉성하기 짝이 없는 트윈 기타 시스템을 통해, 자질구레한 테크닉들이 모두 생략된 인디 기타 미학이 근본적으로 얼마나 에너지를 샘솟게 하고 아드레날린을 자극시킬 수 있는지를 데뷔 앨범 [Yuck] 에서  완벽하게 보여주는 기염을 토한다. 또한 THE ROOTS의 퀘스트러브를 연상시키는 외모의 드러머 조니 로골프는 덩치에 걸맞는 에너제틱한 드러밍에 중간중간 재밌는 콤비네이션까지 곁들이면서 느슨한 기타연주로 인해 헐거워질 수도 있을 전체적 뼈대를 확실히 잡아 주는 역할을 묵묵하게 수행하며, 여성 베이시스트 도이 마리코 (싱글커트된 "Georgia" 에서는 리드 보컬을 맡기도 한다) 역시 PIXIES 시절의 킴 딜처럼 절대 화려하는 않지만 억양 분명한 형태의 베이스 릭으로 기타 리딩 멜로디와 드럼 비트 리듬 사이를 무난하게 이어주고 있다.

브릿팝 특유의 트랜드적 캐릭터 구축에 더 열중했던 CAJUN DANCE PARTY 와는 달리, YUCK의 사운드는 퍼즈/피드백/디스토션감 충만한 기타리프 위에 감성적인 팝무드로 넘쳐나는 보컬이 조화를 이뤘던 YO LA TENGO 류의 90년대 초 미국 칼리지 인디 노이즈 록에 그 원천적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러한 DIY적이면서 트랜드에 무관심 듯한 인디적 태도는 CAJUN DANCY PARTY 시절 (외도됐건 되지 않았건) 잠시나마 누렸던 핀업스타/아이돌 이미지를 완전 벗어버리고 음악 하나로만 승부하고자 하는 그들의 강한 의도를 엿보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YUCK의 싸운드의 근본적 기반인 90년대 미국 인디 노이즈 팝의 향취는 DINOSUR JR.적인 "Operation"과 YO LA TENGO 스타일의 "The Wall"에서 은은하게 드러나지만, 앨범 [Yuck] 수록된 모든 곡들을 전체적으로 들어본다면 그들의 음악이 단순히 90년대 미국 인디록에 관한 맹목적 향수에만 고정되어 있지는 않음을 간파할 것이다.  "Rose Gives a Lilly", "Rubber" 등의 곡처럼 RIDE, M.B.V. 의 영국식 노이즈 기타 팝 신화를 진지하게 계승하려는 노력도 분명하게 드러나며, "Georgia"에서는 STONE ROSES식 매드체스터 음악의 그 자연스러운 그루브감을 YUCK만의 담백한 느낌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수록곡들 중 가장 이질적인 무드를 지닌 "Suck"에서는 MAZZY STAR 스타일의 최루성 넘치는 사이키델릭 포크록도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있으며, 슬로우 템포 발라드 록 "Stutter"에서는 SABODOH의 로우파이 발라드 음악을 능가하는 YUCK만의 인디 팝적 감수성이 수수하게 빛난다. 이렇듯, 앨범 [Yuck]에는 YO LA TENGO,  DINOSAUR JR.의 90년대 미국식 인디 노이즈 팝 이외에 다양한 형태의 영-미 클래식 인디 록 장르들이 2000년대식 로-파이/인디 감성과 양식으로 깔끔하게 각색되어 젊은 인디 록 매니어들이 열광할 만한 모던한 요소를 확실하게 갖추고 있다.

분명 여느 신진 록밴드들처럼 YUCK 역시 과거 음악들에 영향을 한껏 받은 티가 여기저기서 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류가 되느나 진짜가 되느냐의 관건은 그 잡다한 음악적 영감들을 한데 섞고 녹여내 자신들만의 색깔을 낸 완성품을 어느 정도로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는데, YUCK은 이 과제의 실마리를 그들의 데뷔 앨범 한 장을 통해 이미 노련하게 풀어내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밴드들의 출몰이 무서울 정도로 빈번해져버린 현 음악계를 볼 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이번 앨범의 완성도를 비추어볼 때 이들이 '수수하면서도 강렬한' 21세기형 BLUR 로써 영국 인디 기타팝의 부활을 이끌 기대주인 것 만은 자명한 사실이다.

RATING: 82/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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